정책

[행안부 유착 의혹 ①]정부사업 미리 알고 있었다?...행안부,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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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0-28 17:57:51

    ▲ 행정안전부.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행정안전부가 온라인 지문인식 기계 도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업체는 온라인 지문인식시스템 개발업체 디젠트인데 이 업체가 행정안전부 주민과에서 시행하는 주민등록증 발급 시 전자적 지문등록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을 최소 2달 전 미리 알았으며 또 사업을 단독 진행해왔다는 정황이 베타뉴스의 취재 결과, 포착된 것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디젠트는 슈프리마가 제조하는 ‘ RealScan G-10’에 대해 십지문 등록 기계를 취급하는 업체들과 직접 총판계약을 2016년 12월 경 맺었다.

    해당 기계의 생산은 슈프리마가 하는데 디젠트가 슈프리마를 대신해 각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에 판매하고 그 수수료를 챙긴 것이다.

    하지만 디젠트는 십지문 등록 기계 개발 업체가 아닌 관련 프로그램 개발 업체다. 디젠트는 2016년 8월 행안부에서 실시한 '주민등록 및 인감정보시스템 지문인식률 기능개선 사업'의 프로그램 개발 수주를 따낸 업체일 뿐이다.

    ◆ 슈프리마와 디젠트의 예언 “8월 쯤 행안부에서 주민등록사업 공지 뜬다” 

    A씨와 슈프리마의 인연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청 사업을 통해 슈프리마 J부장과 만났던 A씨는 2년이 흐른 후인 2016년 1월 경 J부장으로부터 `십지문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A씨는 이 만남에 응했다.

    `십지문 사업`의 경우 FNPKOREA란 업체가 특허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행정안전부 주민과는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계속 거절해왔다. 때문에 이 사업을 아예 포기하고 있던 A씨의 입장에서는 J부장의 제안이 다소 의아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J부장은 A씨와 만난 자리에서 “행안부에서 십지문에 대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우리 기계를 사용할 것”라며 “우리는 E회사와 T회사, I회사 등과 계약을 맺고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씨는 ‘FNP KOREA가 이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지?’라며 의아해 하면서도 그 자리에서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2016년 6월경 J부장의 소개로 디젠트의 P이사(당시 부장)를 만나게 됐다.

    J부장은 A에게 "앞으로 우리제품인 RealScan G-10는 디젠트를 통해서만 판매될 예정이니 A 소속의 회사는 디젠트를 통해 계약을 맺고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동석했던 P이사는 "8월쯤 행안부에서 십지문 프로그램 개발사업에 대한 공고가 뜰 것이고 우리가 단독으로 들어가서 먹을 겁니다"라고 A에게 말했다.

    실제 행안부 주민과는 2016년 8월 `주민등록 및 인감정보시스템 지문인식률 기능개선 사업`이라는 사업제안 요청서를 공고했고 사업의 주요내용에 `주민등록증 신규발급시 전자적 지문 등록이 가능하도록 개선`이라는 항목을 넣고, 십지문을 통한 전자지문등록 사업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후 디젠트는 해당 계약을 단독으로 계약해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J부장과 P이사 모두 이미 행안부 주민과와 말이 다 돼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특히 특허 부분에 대해 디젠트의 P이사는 `행안부 주민과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디젠트 신규 프로그램 개발비용은 6,300만원…업계 “터무니없는 금액”

    업계에서는 디젠트의 행안부 사업 입찰 과정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젠트가 따낸 프로그램 개발 비용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디젠트는 사업 입찰에 뛰어들어 3차례 유찰 후 2016년 10월 약 6,320만원에 행안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생각해보라. 기존에 있던 것을 해도 저 가격이 안 나오는데 이 사업 같은 경우는 기존의 잉크를 통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다. 그게 6,300만원에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도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를 비교해보라. 아무리 싸게 한다고 해도 디젠트가 돈을 나라에 헌납하고 애국심을 극도로 발휘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가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말을 하는가"라며 "다른 이익에 대해 약속받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는 저 가격에 입찰 참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자적 지문등록 기계 및 프로그램을 취급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6년 소프트웨어협회가 발행한 소프트웨어 노임단가표로 인건비만 계산하더라도 프로그램 개발에는 최소 1억2,000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프로그램 개발 기간에 세 달뿐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16년 10월 시작해 약 2달 만인 2016년 12월 20일 쯤에 완료됐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의견이다.

    A 씨는 `3개월 만에 이 프로그램(전자적 주민등록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가 모두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불가능하죠"라며 헛웃음을 지었고 B씨는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살아돌아와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디젠트가 (전자적 주민등록) 사업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업계에서는 이미 2016년 3월부터 소문으로 돌고 있던 상황"이라며 "(해당업체 관계자가) 수십 년 간 행안부 주민과를 들락날락 거렸는데 어떻게 (그들을) 구워삶았을지 뻔하지 않나, 안 그러면 어떻게 미리 알고 들어가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행안부 주민과 담당자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디젠트의 P이사는 해당 사업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베타뉴스의 질문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해당 사업 노임단가에 대해 그는 "6,320만원의 사업금액이 소프트웨어 노임단가와 맞아서 사업에 참여했으며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개발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P이사는 또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해당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기계를 판매하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업체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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