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공정위도 손못대는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풍산·오뚜기·하림·SPC·대교·대웅

  • 조창용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8-12-10 02:45:13

    ▲ 류진 풍산그룹 회장 © 풍산그룹 제공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시대상 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모두 30개 그룹 70개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여기에는 풍산을 비롯한 중견그룹 등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 받은바 있다. 풍산그룹은 이미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차례 받기도 했다.
     
    풍산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이후 꾸준히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풍산홀딩스의 내부거래를 산출한 결과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81.6%(915억 원)을 기록, 중견기업 70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풍산홀딩스의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류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0.05%에 달한다는 점에서 풍산홀딩스가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아 오너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지난 2015년의 경우 풍산홀딩스와 풍산의 배당액이 각각 주당 1200원, 600원으로 결정돼 류 회장 일가의 배당액이 33억원에서 40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풍산홀딩스의 배당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류진 회장 일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류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2.4%로 이들이 받게 될 배당액은 40억원에 달했다. 2014년(33억)과 비교하면 7억원 가량 증가했다.
     
    류 회장 일가의 배당 소득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풍산홀딩스는 2016년 1400원, 2017년엔 18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이후 풍산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직원 임금 인상이나 투자보다는 대주주에게 유리한 배당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부거래로 도마에 오른 중견기업으로 세금을 잘 내서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그룹도 속해 있다. 지난해 오뚜기라면 전체 매출의 99.7%는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에 대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가 최근 하림과 SPC 등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법정에서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공정위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는 재벌개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식행위일 뿐 제대로 된 규제방안 마련 없이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뽑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영중 회장의 두 아들 강호준 ㈜대교 해외사업 총괄본부장과 강호철 대교CNS 대표가 지분 98%를 소유하고 있는 크리스탈원은 대교그룹 경영승계를 위해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크리스탈원의 전체 매출 중 85%가 대교 관계회사로부터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크리스탈원은 다수의 대교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자산규모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웅제약 그룹은 윤재승 전 회장이 지주회사인 대웅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대웅제약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윤 전 회장은 지난 8월 이른바 욕설 논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200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웅은 윤재승 전 회장과 가족 등 지배주주들이 직·간접적으로 34.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은 배당금 수익을 제외한 전체 매출의 98.44%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대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웅바이오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를 통해 윤 전 회장 등 지배주주들이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는 엠서클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25%에 달한다. 지난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은 110억원으로 지난 2016년 내부거래 매출 86억원보다 되레 늘어났다. 재계에서는 윤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렇듯 재벌들이 불법적으로 부를 세습해온 과정을 중견기업들 역시 답습하고 있지만 공정위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제재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서 법의 감시가 소홀한 것을 틈타 계열사 간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23조의 2(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만 통용된다. 더 많은 세금을 물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겠다는 구상도 중견기업의 편법행위를 막기에는 과세 규모와 강도가 미미하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에 초점을 맞춘 법안인 만큼 개정안의 한계는 명확하다. 요컨대 중견기업은 개정안의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가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법규정은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7호 ‘부당지원 금지’ 조항이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중견기업을 처벌하려면 공정위가 기업의 행위가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껏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최근 경제위기를 틈타 경영권 승계작업이 진행 중인 많은 중견기업들의 경우 자식들이 소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려 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어 법을 강화해서라도 이를 제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BetaNews.net